프로레슬링 잡설 정보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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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로레슬링은 각본이 존재한다.

프로레슬링 잡설 첫 번째. 각본.

프로레슬링은 스포츠로써의 성격을 탑재한 ‘쇼’이기 때문에 각본이 존재한다.

그러나 각본이 존재한다고 해서 프로레슬링 기술들이 위험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프로레슬러들이 죽어라 연습을 하는 것은 서로 합을 맞춰서 기술을 쓰다가도 삐끗해서 접수에 실패하거나 기술 시전에 실패하거나 혹은 불운한 외적 요인으로 엄청난 부상을 입을 수 있는 기술들을 쓰기 때문이다.

(*접수 : 상대 기술을 받아주는 것)

훈련 도중 ‘그레이트 칼리‘의 기술을 접수하는 데에 실패한 ‘브라이언 옹’뇌진탕으로 사망했던 사고를 예로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일본 프로레슬링의 레전드 중 한 사람인 하야부사가 거의 준영구 신체 장애를 입고 은퇴해야 했던 것도 로프를 밟고 공중기를 쓰려다 미끄러지면서 머리로 바닥에 떨어져 목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프로레슬러들은 애초에 사고를 내지 않기 위해 기술 시전과 접수를 최대한 제대로 해내고자 엄청난 양의 훈련을 소화해야 한다.


2. 타격기는 때리는 시늉만 하는 형태

프로레슬링 잡설 두 번째. 타격.

레슬링 기술은 시전자가 충분히 시전을 잘 하고 접수자가 잘 접수를 하면 위험하지 않게 끝낼 수 있지만 펀치나 킥 등의 타격기는 진짜로 시전했는데 그걸 위험하지 않게 잘 접수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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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아는 *찹이야 진짜로 후려쳐도 아프기만 더럽게 아프지 신체에 위험한 기술은 아니니 다들 적당히 진짜로 후려치지만 해머링, 펀치, 킥 등은 진짜로 후려치는 것이 아니다.

(*찹 : 손날, 혹은 손바닥으로 가격하는 기술의 총칭.)

최대한 후려치는 것처럼 연기를 하는 것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트리플 H의 상징인 슬레지해머나 스팅의 상징인 야구 배트도 유심히 보면 진짜로 후려치는게 아니다.

손으로 은근히 망치 머리를 감싸 쥐며 상대를 타격하는 시늉을 하거나 배트를 빠르게 내려치는 것 같다가도 거의 상대에게 닿기 직전에 슬쩍 멈추고 빼는 형태임을 알 수 있다.

물론 경기하면서 ‘미즈’를 진짜로 구타해버린 ‘크리스 벤와‘(이는 미즈를 갈구려는 벤와의 똥군기였다.)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진짜로 타격기로 패는 사태도 아주 드물지만 존재하기는 한다.

당연히 말도 안되는 NG이므로 나와서는 안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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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범프를 위해 죽도, 철제 의자로는 진짜로 후려치기도 하지만 죽도는 매우 잘 부러지는 재질로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범프 : 프로레슬링 용어로 스턴트에 가까운 위험한 기술을 시전하거나 접수하는 행위.)

요새 선수들도 철제 의자로 요령껏 소리만 시끌벅적하게 내는 식으로 연기를 하고 있다.


3. 프로레슬링은 스포츠의 성격을 약간 탑재한 ‘쇼’

프로레슬링 잡설 세 번째. 쇼.

프로레슬링은 엄밀히 말하면 스포츠의 성격을 약간 탑재한 ‘쇼’이며 사실 거의 드라마 시리즈에 가깝다고 보아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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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프로레슬링 팬덤은 말하자면 ‘스포츠의 승패’를 보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나 영화의 스토리’를 관람하는 것에 더 가까운 위치이다.

기본적으로 각본이 쓰여지고 이 각본에 따라 누가 이길지가 결정되므로 프로레슬링을 종합격투기나 복싱 같은 순수한 싸움 대결로 생각하고 보는 것은 매우 미련한 짓이다.

즉 프로레슬링을 관람하는 기본적인 자세는 요컨대 ‘어벤저스에서 누가 타노스를 때려잡을까?’ ‘배트맨과 조커 중에 누가 스토리적 승자가 되겠는가?’ 등의 느낌에 가깝다는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프로레슬러들은 다른 격투기 선수들과는 달리 매우 강력하게 중요한 덕목 하나를 반드시 탑재하도록 강요받는다.

바로 연기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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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가 존재하고 이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자신의 ‘기믹’.

즉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므로 언변이나 연기력, 기믹을 상징하는 카리스마를 발산하지 못하는 프로레슬러들은 제 아무리 경기력이 좋더라도 호응을 얻지 못하고 결국 묻히게 되는 것이 다반사이다.

때문에 프로레슬러들은 레슬링만 훈련하는 것이 아니라 연기 훈련까지도 해야 한다.


4. 프로레슬링에도 배팅이 존재한다.

프로레슬링 잡설 네 번째. 배팅.

프로레슬링 잡설‘이미 각본으로 누가 이기고 질지 다 정해 놓았으면서 배팅이 어떻게 존재하느냐’하면, 각본 내용이 아예 유출된 것이 아닌 이상, ‘이번 스토리 흐름 상 A가 B를 이기는 것이 맞다.

하지만 B를 이번에 이기게 해서 이 대립 스토리를 조금 더 이어가게 할 가능성도 있다.

‘또는 ‘경기에 C가 난입하면서 새로운 스토리로 이어질 것이다.’ 등의 분명히 추측할 수 있는 스토리 전개 가능성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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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프로레슬링에서의 배팅 단체의 배팅이란 누가 이길지보다는 정확히 말하면 ‘스토리가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해 배팅하는 것에 가깝다.


5. 경기력

프로레슬링에서 경기력이란.

  • 기술 시전 능력과 상대 기술을 맞아주는 접수 능력
  • 자신이나 상대의 기술을 최대한 간지나게 보이게 만들어주는 연기력
  • 각 기술 시전에 대한 연계 능력
  • 상대의 기술을 맞아주는 흐름을 자연스럽게 연계 시키는 능력

전부를 망라하는 경기 운영 능력 그 자체를 의미한다.

즉 경기력이란 ‘경기 내에서조차 진행되는 스토리의 개연성을 유지시키는 실력’을 의미한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보통 훌륭한 레슬러들이라면 운영 스타일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대체로 경기력이 좋은 편이다.

그러나 경기력이 썩 좋지 않음에도 압도적인 기믹 소화력.

즉 캐릭터 연기를 통한 카리스마로 이를 커버하고 좌중을 압도하는 유형의 레슬러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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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CYN으로 이적한 구 ‘브레이 와이어트’가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그러나 경기력도 형편없는데 기믹을 연기하는 연기력마저 좋지 않은 레슬러들은 대체로 좌중을 휘어잡지 못하고 특히 성인 남성 매니아층들에게는 거의 절대적으로 외면받게 된다.

연기력은 분명 훌륭하지만 자신에게 맞지 않는, 스토리 개연성을 무시하거나 파괴하는 수준의 억지 기믹을 부여받은 레슬러들도 성인 남성 매니아 관객들에게 강력한 야유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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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케이스가 왕년의 무적선역 기믹을 받아 활동했던 ‘존 시나’나 현 시점의 ‘로만 레인즈’이다.


6. 개연성

앞의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성인 관객들에게 프로레슬링 브랜드가 진행하는 ‘스토리의 개연성‘이란 극도로 중요한 것이다.

현 프로레슬링이 누가 이기고 지느냐 자체가 중요한 격투기 스포츠가 아니라 ‘스토리가 그래서 어떻게 자연스럽고 멋지게 진행되느냐’가 중요한 쇼이자 사실상의 드라마에 가까우니 당연한 일인 것이다.

따라서 스토리적 개연성을 파괴하는 억지 기믹, 억지 캐릭터는 성인 관객들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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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것이 존 시나의 ‘절대 포기하지 않고 반드시 이겨내는 무적의 선역’ 기믹이다.

물론 틴에이저 미만의 어린이 관객들은 대체로 성인 관객들과 같은 스토리적 개연성을 중요시하지 않으며 캐릭터의 강력함 그 자체를 선호하기 때문에 왕년의 존 시나나 무적 선역 시절의 로만 레인즈는 그런 어린이들에게는 엄청난 마케팅 대상이 되는 셈이다.

최근의 WWE의 경우에는 그런 어린이들을 중심으로 하는 마케팅에 집중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반대로 AEW의 경우에는 성인 남성 취향의 스토리 개연성에 초점을 맞추려는 경향이 강하므로 호불호가 크게 갈리게 된다.

현재 프로레슬링 관객 시장은 대체로 어린이층이 WWE에, 성인 남성층이 AEW에 집중되어가는 시장 양상을 보이고 있다.


7. 스토리

캐릭터와 그 캐릭터에 맞는 스토리에 대한 자율성의 차이는 프로레슬링 회사마다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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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스 맥맨

WWE의 경우에는 자율성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아 회사의 수뇌부, 엄밀히 말하면 회장인 ‘빈스 맥맨’의 취향이 9할 이상 반영되어 선수들에게 캐릭터가 배분되고 그에 상응하는 스토리가 부여된다.

문제는 빈스 맥맨의 취향이 거의 1980년대 수준이라 전반적인 캐릭터나 스토리 감각이 극도로 올드한 상태라는 것.

따라서 선수의 특성, 기존 캐릭터에 걸맞지 않는 이상한 신캐릭터 기믹과 스토리를 강제로 덧입혀 부여하는 경우가 지나치게 잦다.

당연히 관중들이 이에 호응하지 않는 역반응이 오고 해당 선수가 묻혀버리는 것이 부지기수로 일어나게 된다.

요컨대 그토록 욕을 먹는 로만 레인즈도 본래 본인의 장기이던 유쾌하고 능글맞은 악역 캐릭터에는 매우 능통하다는 선수들 간의 평판이 존재한다.

그러나 빈스 맥맨 본인의 취향으로 로만 레인즈에게 존 시나의 뒤를 잇는 위대한 무적 선역.

아무나 다 때려잡는 스톤콜드류 까리한 배드애스 등의 캐릭터성을 마구잡이로 섞어 때려 부으면서 결국 로만 레인즈는 자신의 장기를 전혀 살리지 못하는 선수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1980~90년대에야 맥맨의 취향이 곧 대중의 취향으로도 이어졌었다.

하지만 더 이상 그렇지 않기 때문에 그냥 ‘그래서 누가 제일 센가?’에만 관심을 두는 어린이 관객층을 제외한 대부분의 성인 관객층에게 “매우 낡은 캐릭터, 스토리”라며 까이게 되는 것이다.

사실 이 글을 쓰는 필자도 바로 이 문제 때문에 나이가 들어가면서 WWE는 거의 보지 않게 되었으며 AEW를 주로 시청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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