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3)이 마침내 미국 무대에서 자신의 이름을 굵게 새겼다. 로스앤젤레스 FC(LAFC) 소속으로 MLS 진출 단 6경기 만에 첫 해트트릭을 완성하며 팀의 4-1 대승을 이끌었고, MLS 34라운드 ‘이주의 선수(POTM, Player of the Matchday)’까지 선정됐다. 리오넬 메시조차 36경기만에 획득했던 기록을 불과 한 달 만에 세운 것이다.

경기 시작부터 손흥민은 ‘전광석화’ 모드였다. 전반 3분, 동료 미드필더 티모시 틸만이 끊어낸 공을 이어받은 손흥민은 빠른 침투로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만들었고,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이어 전반 16분에는 풀백 라이언 홀링스헤드의 도움을 받아 아크 정면에서 특유의 시그니처 감아차기 중거리포를 터뜨리며 순식간에 멀티골을 기록했다.

후반전에도 상대 추격이 거세던 순간, 프랑스 리그앙 출신의 팀 에이스 드니 부앙가의 패스를 받아 몸을 날린 왼발 마무리로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세 골은 모두 동료의 패스에서 비롯됐다. 손흥민은 경기 직후 “틸만, 홀링스헤드, 부앙가의 도움이 없었다면 득점이 불가능했다”며 동료들을 먼저 칭찬했다.
통계도 눈부셨다. 유효슈팅 4개 중 3개를 성공 시키며 결정력을 입증했고, 축구 통계 매체 ‘풋몹(Fotmob)’으로부터 평점 9.7점 및 최우수 선수(MOTM)로 선정됐다. MLS 공식 홈페이지는 “선글라스를 써라, 손흥민이 빛난다(Grab your shades, The Son is shining)’라는 재치있는 문구와 함께 그의 ‘찰칵 세리머니’를 메인에 걸었다.

흥미로운 건 듀오 케미다. 직전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던 부앙가와 손흥민이 연이어 대폭발하며 ‘흥부 듀오’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토트넘 시절 해리 케인과 함께 이뤘던 ‘손케 듀오’를 이은 새로운 듀오의 탄생이다.
부앙가는 “쏘니(손흥민의 별명)가 온 뒤 공간이 훨씬 많아졌다”며 시너지를 강조했고, 스티브 체룬돌로 감독 역시 “투톱 전술로의 전환이 공격을 예측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경기 후 라커룸에서 손흥민은 동료들에게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해트트릭을 해봤었다”며 웃음을 유발한 뒤, “수비수들의 헌신이 승리의 원동력”이라며 곧바로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손흥민 특유의 겸손함을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토트넘 시절 네 번의 해트트릭을 기록했던 그는 이제 MLS에서도 같은 발자취를 새기며 글로벌 슈퍼스타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이번 승리로 LAFC는 서부 컨퍼런스 4위로 도역, 플레이오프 홈 어드밴티지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무엇보다 손흥민이 MLS 데뷔 두 달 만에 보여준 폭발력은 팀 전력 뿐 아니라 리그 전체의 관심을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 팬들의 시선은 오는 22일 BMO 스타디움에서 다시 열릴 레알 솔트레이크와의 리턴 매치로 향한다. 손흥민이 연속골 행진을 이어가며 또 다른 기록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츠 & 블록체인 전문 프리랜서 기자 Dragon 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