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이 가상자산 시장의 문을 크게 열었다.
현지 증권선물위원회(SFC)가 거래소에 글로벌 주문장 접근을 허용하고, 통화당국(HKMA)이 토큰화와 인공지능(AI)을 축으로 한 ‘핀테크 2030’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이 도시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 디지털 금융의 새로운 중심으로 자리매김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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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금 풀 개방…‘닫힌 시장’에서 ‘연결된 시장’으로
이번 조치는 11월 초 ‘홍콩 핀테크 위크 2025’에서 공식화됐다. 줄리아 렁 SFC 최고경영자는 “투자자 보호 장치가 충분히 마련된 만큼 글로벌 유동성 연결을 허용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홍콩 내 라이선스를 취득한 가상자산 거래소는 해외 계열사와 주문장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는 기존의 ‘링펜스(ring-fenced)’ 모델, 즉,홍콩 내 거래만 허용되던 폐쇄형 구조를 허무는 조치다.
이제 홍콩 투자자들은 해외 거래소와 동일한 가격 경쟁력과 주문 깊이를 누릴 수 있으며, 글로벌 시장의 실시간 가격 변동에 더욱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개방이 홍콩의 가상자산 거래량을 단기간에 2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규제와 상장 요건 완화
SFC는 또 다른 완화책으로, 홍콩 금융관리국(HKMA) 라이선스를 취득한 스테이블코인과 신규 토큰의 상장 요건을 완화했다. 기존에는 최소 12개월 이상의 거래 이력과 유동성 요건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전문 투자자 대상 거래에 한해 해당 요건이 면제된다. 이로써 새로운 디지털 자산이 보다 신속하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
한편 HKMA는 ‘핀테크 2030’ 전략에서 토큰화, 데이터 인프라, AI, 회복탄력성을 핵심 축으로 제시했다. 특히 ‘프로젝트 앙상블(Project Ensemble)’을 통해 토큰화된 채권과 예금, e-HKD(홍콩 달러 기반 디지털화폐)를 결제 네트워크에 본격 도입할 계획이다. 에디 유 HKMA 총재는 “실물 자산 토큰화는 금융 효율성을 높이고, 블록체인 기반 결제 생태계를 현실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혁신과 규제의 균형, 홍콩식 ‘투트랙 전략’
홍콩의 이번 움직임은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니다. 중국 본토의 신중한 접근과 달리, 홍콩은 “혁신과 감독의 균형”을 내세운 투트랙 전략을 취하고 있다. SFC는 거래소 간 주문 연동을 허용하면서도, 모든 해외 거래는 사전 승인 및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 하에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또한 모든 교환·결제는 실물인도 동시결제(Delivery-versus-Payment)로 처리되며, 각 거래소는 손실 보전을 위한 예치금을 의무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해외 계열사와의 통합 운용 시에는 FATF·IOSCO 기준에 부합하는 관할과의 연계를 요구하는 등 투자자 보호 장치를 촘촘히 깔았다.
‘토큰화 실험실’이 되는 홍콩
HKMA의 ‘핀테크 2030’은 단순한 비전이 아니라 실행 로드맵이다. 금융기관의 AI 도입과 함께, 토큰화된 예금과 펀드를 실제로 시범 운영할 수 있는 샌드박스(Ensemble)가 마련된다. 이미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 등 주요 글로벌 은행이 토큰화 상품을 출시했으며, 홍콩 달러와 미 달러 기반의 토큰화 머니마켓펀드도 빠르게 확산 중이다.
홍콩은 이를 통해 디지털 채권과 예금, 스테이블코인을 결합한 새로운 결제 생태계를 구축하려 한다. 이는 단순한 가상자산 시장의 확장뿐 아니라, 전통 금융과 블록체인의 융합을 통한 ‘차세대 금융 인프라 실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글로벌 경쟁과 향후 과제
홍콩의 발빠른 움직임은 싱가포르·두바이 등 경쟁 도시와의 주도권 싸움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의 친(親)암호화 기조, 일본의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한국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 등 글로벌 규제 구도가 빠르게 변하는 가운데, 홍콩은 ‘엄격하되 개방적’이라는 독특한 포지셔닝으로 차별화를 꾀한다.
하지만 과제도 있다. DAT(디지털자산 국고) 모델을 신청한 기업 5곳이 상장 승인을 받지 못하는 등, 당국은 여전히 투기적 위험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홍콩의 성공은 기술보다 ‘신뢰 가능한 규제’에 달려 있다”며, “지속가능한 디지털 금융 생태계를 위해선 투명한 감독체계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면책 조항 : 이 기사는 정보 제공의 목적으로만 해석되어야 합니다. 시장 상황은 급변할 수 있으므로, 위 정보를 근거로 한 투자 손실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블록체인&스포츠 전문 기자 Dragon Ch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