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6일,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뒤흔든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페이팔 스테이블코인(PYUSD)의 발행사 팍소스(Paxos)가 내부 전송 과정에서 무려 300조 달러어치의 PYUSD를 실수로 발행한 것이다. 이 엄청난 규모는 미국 전체 통화량의 약 14배, 전 세계 GDP의 두 배를 넘는 금액이다.
다행히 팍소스는 사고 발생 후 22분 만에 토큰 전량을 소각하며 사태를 수습했지만, 업계는 충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해당 글의 목차
블록체인이 ‘실수를 드러낸 방식’
이번 사건의 시작은 단순했다. 내부 지갑 간 3억 달러 규모의 토큰 전송 중, 숫자 입력 오류로 0이 여섯 개 더 붙은 300조 달러어치 토큰이 발행된 것이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핵심은 블록체인의 투명성이었다. 모든 트랜잭션이 실시간으로 공개된 덕분에, 커뮤니티와 데이터 모니터링 시스템이 즉시 이상 거래를 포착했고, 30분도 안 돼 복구가 완료됐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바로 블록체인의 힘”이라 평가했다. 실수는 발생했지만, 숨겨지지 않았고, 빠르게 정정됐다. 이는 전통 금융에서 불가능에 가까운 ‘즉시 감사’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중앙 발행 구조의 불안한 그림자

그러나 이 사건은 동시에 중앙화된 스테이블코인 구조가 지닌 리스크를 여실히 드러냈다. 누군가의 손끝 실수로 수백조 달러가 생성될 수 있다는 점은, 시스템적 통제의 필요성을 절실히 보여준다. 실제로 뉴욕금융감독국(NYDFS)은 즉각 팍소스와 페이팔에 연락해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며, 업계에서는 ‘실시간 준비금 검증(Proof of Reverse)’을 의무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투명성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경고다. 검증된 외부 시스템이 자동으로 발행 한도를 통제하지 않는 한, 언제든 비슷한 사고가 재발할 수 있다.
문제는 실수가 아니라, 통제의 부재

이번 사태를 두고 전문가들은 ‘운영 리스크’에 주목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OKX 호주 CEO 케이트 쿠퍼는 “실수는 어느 시스템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그 실수를 즉시 노출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투명한 구조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비슷한 사례는 전통 금융에서도 꾸준히 있었다. 씨티그룹은 2024년 한 고객 계좌에 81조 달러를 잘못 입금한 뒤, 사건이 언론에 알려지기까지 10개월이 걸렸다. 반면 팍소스의 실수는 22분 만에 공개되고 정정됐다. 이 차이는 ‘보이지 않던 오류’와 ‘즉시 드러나는 오류’의 본질적 대비다.
신뢰 회복의 해법
이번 사건은 블록체인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줬다.
투명성과 실시간 감시 덕분에 대형 사고가 확대되지 않았지만, 동시에 발행 권한이 한 기업에 집중되어 있다는 구조적 취약성을 노출했다. 결국 스테이블코인의 가장 큰 위험은 외부 공격이 아니라, 내부 운영자 자신일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낸 셈이다.

향후 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자동화된 발행 검증 시스템, 상시 준비금 감시, 그리고 감사를 통한 신뢰 구축이다. 이제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디지털 달러’를 넘어, 전 세계 결제 시스템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번 팍소스 사태는 그만큼 투명성과 거버넌스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혁신조차 불안정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면책 조항 : 이 기사는 정보 제공의 목적으로만 해석되어야 합니다. 시장 상황은 급변할 수 있으므로, 위 정보를 근거로 한 투자 손실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블록체인&스포츠 전문 프리랜서 기자 Dragon 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