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SG 랜더스가 김성욱의 극적인 한 방으로 준플레이오프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렸다. 인천을 가득 채운 홈 팬들 앞에서 터진 ‘굿바이 홈런’ 한 방이, SSG의 추락을 막고 분위기를 다시 끌어올렸다.
1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KBO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SSG는 삼성 라이온즈를 4-3으로 제압했다. 1차전 패배로 벼랑 끝에 몰렸던 SSG는 김성욱의 9회말 끝내기 홈런으로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시리즈 전적 1승 1패를 만들었다.
이숭용의 믿음, 김성욱의 응답
이 날 승부의 주인공은 단연 김성욱이었다.
1차전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던 그는 이숭용 감독의 신뢰 속에 2차전 선발 우익수로 이름을 올렸다. 경기 전 이감독은 “타구 밸런스가 가장 안정적”이라며 기용 배경을 설명했다. 그 기대는 정확히 적중했다.
김성욱은 경기 초반 세 타석에서 침묵했지만, 마지막 타석에서 모든 걸 뒤집었다. 3-3으로 맞선 9회말 1사, 삼성의 마운드에는 에이스 아리엘 후라도가 올라왔다. 후라도의 149km/h 패스트볼이 가운데로 몰리자 김성욱의 방망이가 그대로 돌아갔다. 타구는 시원하게 좌측 담장을 넘어가며 인천의 밤하늘을 갈랐다. 준플레이오프 통산 4번째이자 포스트시즌 전체로는 12번째 끝내기 홈런이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숭용 감독은 “솔직히 장타는 기대하지 않았다”며 웃었다. “코치진이 타격 밸런스를 높게 평가했고, 그 믿음을 밀어붙였다. 결과적으로 그 한 방이 팀을 살렸다”고 말했다.
김성욱 역시 경기 후 “초구부터 비슷한 공이 오면 자신 있게 돌리자고 생각했다. 파울만 아니면 넘어간다고 믿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선발부터 불펜까지, 완성된 SSG의 팀 야구
이날 SSG 마운드는 그야말로 ‘가을야구의 교과서’였다.
선발 김건우는 포스트시즌 데뷔전임에도 3.1이닝 동안 3피안타 무사사구 7탈살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특히 경기 초반 6타자 연속 삼진으로 시작하며 포스트시즌 최초이자 준플레이오프 역대 최다 연속 삼진 기록을 세우는 등, 젊은 신예답지 않은 강력한 임팩트를 남겼다.
김건우가 마운드를 내려간 뒤에는 SSG가 자랑하는 ‘철벽 불펜 트리오’가 차례로 나섰다. 4회초 위기 상황에서 등판한 이로운은 1.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삼성 타선을 단숨에 잠재웠다. 이어 노경은이 2.2이닝 동안 2피안타 무실점으로 베테랑다운 안정감을 보여줬고, 김민이 8회를 삼자범퇴로 정리하며 완벽하게 흐름을 SSG 쪽으로 가져왔다.
비록 9회초 마무리 조병현이 강민호에게 동점 적시타를 허용하며 한때 균형이 맞춰졌지만, 그 역시 이어진 위기에서 연속 삼진으로 추가 실점을 막으며 ‘블론세이브 이상의 값진 투구’를 했다. 그리고 9회말 김성욱의 끝내기 홈런이 터지며, SSG 불펜진은 결국 단 한 순간의 흔들림조차 ‘승리의 발판’으로 바꿔낸 완벽한 팀워크를 완성시켰다.
삼성, 대구에서 재도전
반면 삼성은 9회초 극적인 동점에 성공하며 분위기를 잡는 듯했지만, 마지막 한 끗에서 무너진 셈이 되었다.
박진만 감독은 에이스 아리엘 후라도를 9회말 불펜으로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결과는 패착이었다.
그는 경기 후 “연장전에 승산이 있다고 봤다. 후라도는 최대 2이닝을 던질 계획이었고, 오늘 등판은 불펜 피칭을 대체하는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후라도는 첫 타자 김성욱에게 통한의 끝내기 홈런을 내줬다.
이어서 박 감독은 “패인은 후라도가 아니라 SSG 불펜을 공략하지 못한 것’이라며 “인천 원정에서 1승 1패는 목표 달성이다. 대구로 옮겨 새 승부를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결국 9회말 한 방으로 기사회생한 SSG는 시리즈 흐름을 되살리며 다시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김성욱의 홈런’은 단순한 승부 결정타를 넘어, 무너질 뻔했던 팀의 자신감을 되찾아준 상징적인 한 방이었다.
[스포츠&블록체인 전문 프리랜서 기자 Dragon Ch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