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다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 섰다. 이번에는 선수로서가 아닌, 10년을 함께한 구단과 팬들에게 정식으로 작별을 전하는 ‘레전드’의 자격이었다.
손흥민은 10일(한국시간) 토트넘 홋스퍼 FC와 슬라비아 프라하 간의 2025/26 UEFA 챔피언스리그 리그 페이즈 6차전을 앞두고 토트넘 홈 구장인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을 찾았다.
지난여름 LAFC 이적 당시 한국에서 갑작스럽게 작별하며 런던 팬들과 정식 인사를 나누지 못했던 그는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4개월 만에 지켰다.
회색 롱코트와 검은 목도리를 두른 손흥민이 그라운드에 등장하자 경기장을 가득 메운 6만여 관중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 박수로 그를 맞이했다.
마이크를 잡은 손흥민은 떨리는 목소리로 “여러분이 저를 잊지 않기를 바랐다. 정말 놀라운 10년이었다”며 “나는 언제나 토트넘의 일원이고, 이곳은 언제나 나의 집”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을 절대 잊지 않겠다. 언제든 LA에 놀러 와 달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구단 역시 손흥민을 위해 특별한 헌정 선물을 준비했다. 경기장 인근 토트넘 하이로드에는 손흥민의 ‘찰칵 세리머니’와 지난 시즌 유로파리그 우승 당시 태극기를 허리에 두르고 트로피를 들어 올린 장면이 담긴 대형 벽화가 새겨졌다.
손흥민은 직접 벽화를 찾아 사인을 남기며 “이 벽화가 오래도록 토트넘에 남았으면 좋겠다. 좋은 선수이기 이전에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공식 행사에서는 또 다른 토트넘의 전설 레들리 킹이 손흥민에게 구단을 상징하는 수탉 모양의 기념 트로피를 전달했다. 가레스 베일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마지막을 트로피로 장식하고 떠나는 선수는 흔치 않다”며 손흥민을 ‘리빙 레전드’로 치켜세웠다.

2015년 토트넘에 입단한 손흥민은 10시즌 동안 공식전 454경기 173골을 기록하며 구단 역대 최다 득점 5위에 올랐다. 2021/22시즌에는 아시아 선수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올랐고, 2024/25시즌에는 주장 완장을 차고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끌며 토트넘의 17년 무관 역사를 끊었다.
손흥민이 직접 지켜본 이날 경기에서 토트넘은 슬라비아 프라하를 3-0으로 꺾었다. 상징적인 벽화 공개, 눈물의 작별 인사, 그리고 친정팀의 완승까지 더해진 이 날 밤은 토트넘과 손흥민 모두에게 ‘전설의 귀환’으로 오래 기억될 순간이 됐다.
[스포츠&블록체인 전문 기자 Dragon Ch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