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농구가 베이징 원정에서 뜻깊은 승리를 거두며 2027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 예선의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끼웠다.
임시 지휘봉을 잡은 전희철 감독 체제에서 준비 기간 부족과 전력 공백이라는 악재가 겹쳤지만, 대표팀은 조직적인 수비와 폭발적인 외곽 화력을 앞세워 중국을 80-76으로 제압했다. 2018년 이후 7년 만의 중국 원정 승리이자, 지난 아시아컵 8강전 패배를 3개월 만에 되갚는 값진 결과다.

승리의 중심에는 단연 이현중이 있었다.
일본 나가사키 벨카에서 활약 중인 그는 이날 3점슛 9개를 포함해 33점 14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사실상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을 펼쳤다. 초반부터 중국의 높이를 무력화하는 외곽포가 연달아 터지며 분위기는 일찍 한국 쪽으로 기울었다. 1쿼터에만 이현중의 3점슛 4개가 림을 갈랐고, 한국은 24-16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2쿼터에도 하윤기의 골밑 득점과 이정현의 외곽 지원이 더해지며 전반을 47-34로 마쳤다. 전반 3점 성공률은 56%를 넘었다.
후반 흐름은 다소 요동쳤다. 중국이 수비 강도를 높이며 이현중을 고립시키자, 한국의 공격 리듬은 전반만큼 매끄럽지 않았다. 후진추·장전린 등 장신 자원을 앞세운 중국의 반격이 이어졌고, 3쿼터 종료 시점에는 61-52로 격차가 줄었다.

그러나 승부는 4쿼터 초반 다시 크게 벌어졌다. 이현중의 여덟 번째 3점포와 안영준의 연속 외곽슛이 터지며 점수는 순식간에 77-58까지 벌어졌다. 높이 열세에도 한국은 스크린을 활용한 2대2 전개와 빠른 퍼리미터 공격으로 중국 수비의 균열을 공략했다.
막판까지 편안하진 않았다. 종료 3분여를 남기고 중국이 외곽포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분위기가 흔들렸고, 점수는 어느새 79-76까지 좁혀졌다. 관중의 함성이 절정에 달한 순간에도 한국은 수비 집중력을 유지했다. 상대의 두 차례 3점 시도가 모두 림을 벗어나며 위기를 넘겼고, 종료 0.3초 전 안영준의 자유투가 득점으로 이어지며 승리를 확정했다.
한국의 승리에는 주전들의 고른 활약도 자리했다. 이정현은 13점 7어시스트로 경기 흐름을 안정시켰고, 안영준 역시 13점 6리바운드를 힘을 보탰다. 하윤기와 이승현도 각각 8점을 올리며 높이 열세 속에서도 꾸준히 제 몫을 해냈다. 리바운드에서는 35-46으로 밀렸지만, 외곽포 14개와 높은 야투 효율이 이를 상쇄했다.

전희철 감독은 “준비 기간이 짧았지만 선수들이 준비한 수비와 공격을 잘 이행했다”며 “4쿼터 턴오버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현중은 “9개의 3점슛은 동료들이 만들어준 결과”라며 “중요한 순간 실책을 했던 만큼 2차전에서 더 완벽한 경기를 하겠다”고 밝혔다.
B조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나란히 승리하며 초반 흐름을 잡았다. 한국은 오는 12월 1일 원주 DB프로미 아레나에서 중국과 2차전을 치른다. 원정 승리의 기세를 홈으로 이어간다면 2라운드 진출과 월드컵 본선 도전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스포츠&블록체인 전문 기자 Dragon Ch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