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서방의 금융 제재를 정면 돌파하며 새로운 결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러시아 통화 루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A7A5가 불과 몇 달 만에 시가총액 5억 달러를 돌파하며 세계 최대 비(非)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부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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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속에서 성장한 ‘디지털 루블’

A7A5는 2025년 2월 키르기스스탄에서 발행된 루블 연동 스테이블코인으로, 러시아 국영은행 PSB와 몰도바 출신 금융인 일란 쇼르(Ilan Shor)가 공동 개발한 프로젝트다. 해당 코인은 1루블=1토큰의 비율로 페깅되어 있으며, 키르기스 은행의 실물 예치금을 기반으로 발행된다.
러시아 정부는 이를 디지털 금융 자산(DFA)으로 공식 승인해 수출입 거래에서도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는 제재로 차단된 국제 결제망을 대체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그리넥스’ 제재 후에도 끊기지 않은 흐름
문제는 A7A5가 단순한 스테이블코인을 넘어, 서방 제재를 우회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8월 러시아 암호화폐 거래소 ‘그리넥스(Grinex)’를 제재하며, 이 플랫폼이 이전에 폐쇄된 ‘가란텍스(Garantex)’의 후속 버전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분석 결과, 제재 직후 A7A5 운영진은 ‘destroyBlackFunds’ 명령을 사용해 제재 대상 지갑의 자산을 전량 소각한 뒤, 동일 금액의 신규 토큰을 재발행했다.

이 과정에서 총 338억 개(약 4억 500만 달러 상당)의 토큰이 파기됐다가 즉시 복원되었으며, 새 지갑에서 이후 60억 달러 이상이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영국·EU 모두 관련 기업을 연이어 제재했음에도 A7A5의 거래 흐름은 멈추지 않았다.
유럽까지 번진 규제의 칼날
A7A5의 폭발적 성장에 유럽연합(EU)도 대응에 나섰다. 블룸버그가 입수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EU는 A7A5 및 관련 은행에 대한 직접적·간접적 거래 금지 제재안을 마련했다.

이 조치가 발효되면 EU 소속 법인이나 개인은 해당 토큰과 어떤 형태로든 거래할 수 없된다.
또한 러시아·벨라루스·중앙아시아 일부 은행이 암호화폐 결제망을 통해 제재 회피를 돕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흥미롭게도 EU의 제재 소식 직후 A7A5 시가총액은 오히려 하루 만에 250% 급등, “금융 독립의 상징”이라는 자축 메시지가 프로젝트 공식 채널에서 게시됐다.
싱가포르에서도 번진 논란
A7A5는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글로벌 행사 TOKEN2049의 플래티넘 스폰서로 참가했다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행사 주최 측은 제재 관련 문의 직후 공식 웹사이트에서 A7A5 로고와 발표자 명단을 삭제했다.

하지만 이미 많은 참가자가 부스를 방문했고, 일부 관계자는 이를 “국제 제재 체계의 허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했다.
러시아의 의도와 확장 전략
A7A5는 단순한 암호화폐가 아니라 러시아판 결제망 A7 시스템의 중심축으로 작동하고 있다.
PSB는 푸틴 대통령에게 “A7 네트워크 기반의 새로운 국경 간 결제 시스템을 구축 중”이라고 보고했으며, 이 네트워크는 이미 아프리카와 아시아로 확장 중이다.
또한 루블 기반 거래의 78%가 중국 관할권을 경유, 러시아-중국 무역 결제의 새로운 통로로 자리 잡고 있다.
금융 질서의 균열
A7A5의 급성장은 단순한 시장 현상이 아니라 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이자 제재 체계의 한계를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된다.
서방의 금융망에서 배제된 러시아가 블록체인을 무기 삼아 독자적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내년 전국 규모의 암호화폐 실사와 함께 디지털 루블, 스테이블코인, 민간 토큰을 모두 포괄하는 통합 디지털 금융 전략을 수립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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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스포츠 전문 프리랜서 기자 Dragon 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