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대표팀이 도쿄돔 원정에서 값진 무승부를 거두며 한일전 연패 사슬을 결국 끊었다. 9회말 2사, 패색이 짙던 순간 터진 김주원의 동점 홈런과 이틀 연속 장타력을 폭발시킨 안현민의 존재감은 이번 시리즈에서 가장 큰 수확으로 평가된다.
한국은 16일 열린 ‘2025 K-베이스볼 시리즈’ 일본과의 2차전에서 7-7로 비기며 1무 1패로 2연전을 마쳤다. 전날 4-11 패배로 무거운 분위기였지만, 마지막 순간 젊은 선수들이 흐름을 뒤집으며 경기 내용을 바꿔놨다.

경기 초반 한국은 완벽한 흐름을 만들었다. 선발 정우주는 최고 시속 154km 직구를 앞세워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국가대표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장식했다. 3회 말에는 송성문의 2타점 적시타와 안현민과 합작한 절묘한 더블스틸 작전이 성공하며 3-0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불펜의 제구 난조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숙제로 남았다. 4회부터 등판한 오원석과 조병현, 김영우 등이 밀어내기 볼넷만 4개를 내주며 스트라이크존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고, 그 사이 순식간에 4실점을 허용했다. 이번 한일전 2연전 동안 한국이 허용한 볼넷은 무려 23개에 달한다.

분위기를 되살린 건 타선이었다. 7회 박동원의 희생플라이로 추격의 불씨를 지핀 한국은, 8회 안현민이 일본 마운드에 구원 등판한 타카하시 히로토의 시속 152km/h 패스트볼을 정확히 공략하며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터뜨렸다. 이 홈런으로 스코어는 6-7, 한국은 다시 한 점 차까지 따라붙는데 성공했다. 이 날 안현민의 기록한 홈런은 1차전에 이어 이틀 연속 나온 홈런포였다. 일본 매체가 “가장 경계하던 타자”로 꼽은 이유가 증명된 순간이었다.
9회 초 위기에서 김서현이 흔들림 속에서도 무실점으로 이닝을 버텨낸 뒤, 마지막 공격인 9회 말 극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9회 말 일본은 이번 시즌 센트럴리그에서 8승과 46홀드를 기록한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철벽 셋업맨’ 오타 타이세이를 마운드에 올렸다. 모두가 패배를 예상한 순간, 김주원이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대형 동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순간 도쿄돔은 정적에 잠겼고, 한국 더그아웃은 폭발하듯 환호했다..

경기 후 김주원은 외조부상을 겪고도 이를 숨긴 채 경기에 출전했다는 사실을 밝히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그는 “한국에 돌아가 직접 보내드릴 수 없으니, 플레이로 보내드리겠다는 마음으로 뛰었다”고 말하며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다. 류지현 감독도 “그런 마음을 알고 있었다. 마지막 순간 그 마음이 힘이 된 것 같다”며 그를 따뜻하게 감쌌다.
이번 무승부로 한일전 10연패의 악몽은 끊어냈지만, 동시에 분명한 과제도 확인했다. 불펜진의 제구 문제는 내년 WBC 본선까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최우선 숙제로 남았다. 그럼에도 도쿄돔에서 드러난 젊은 에너지는 분명 희망이 되었다. 정우주의 구위, 안현민의 파워, 김주원의 수비·클러치 능력은 한국 야구가 앞으로 기대를 걸 수 있는 새로운 기반임을 증명했다.
[스포츠&블록체인 프리랜서 기자 Dragon Ch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