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농구가 마침내 ‘만리장성 징크스’를 깨고 12년 만에 중국을 상대로 2연승을 기록했다.
객관적 전력 열세와 임시 체제, 핵심 전력 이탈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원정과 홈 2연전 모두에서 중국을 압도하며 2027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 예선의 초반 판도를 뒤흔들었다.
전희철 서울 SK 감독과 조상현 창원 LG 감독이 임시로 꾸린 대표팀은 지난달 28일 베이징 원정에서 80-76 승리를 거둔 데 이어, 12월 1일 원주 DB프로미아레나에서 중국을 90-76으로 완파했다. 한국이 중국을 상대로 공식전 연속 승리를 거둔 것은 2013년 동아시아선수권과 아시아컵 예선 이후 처음이다.

이번 연승의 중심에는 ‘양궁 농구’를 완성한 폭발적인 외곽포가 있었다. 한국은 중국의 장신 라인(저우치·후진추·장전린·쩡판보)에 리바운드에서 26-38로 밀렸음에도, 두 경기에서 무려 20개의 3점슛을 꽂아 넣으며 경기 주도권을 완전히 거머쥐었다.
1차전에서 3점슛 9개 포함 33점을 터뜨린 이현중은 2차전에서도 20점·6리바운드·4어시스트로 꾸준한 영향력을 보여줬다. 중국이 2차전에서 그를 강하게 압박하자, 이번에는 이정현이 해결사로 나서 3점슛 6개를 적중시키며 24점을 몰아넣었다.

특히 이현중이 만들어낸 공간 창출 효과가 한국 공격의 동력이 됐다. 중국이 이현중에게 강한 수비 압박을 넣자, 그는 공을 오래 소유하지 않고 빠르게 패스를 전개해 외곽을 열어줬고, 이정현·변준형·이우석 등이 빈틈을 적절히 활용해 득점을 이어갔다. 중국 전문가들조차 “한국의 스피드와 전술 실행력이 중국보다 앞섰다”고 인정했다.
한국의 수비 역시 경기의 승부 흐름을 결정지은 요소가 됐다. 중국은 두 경기에서만 26개의 턴오버를 남발했고, 전반 외곽슛은 23개 중 단 2개만 적중하는 등, 한국의 빠르고 촘촘한 로테이션에 완전히 묶였다. 전희철 감독은 “단기간에 공격 완성도를 끌어올리긴 어렵지만, 선수들이 수비 방향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실행했다”고 평가했다.

중국 농구팬들의 반응은 충격에 가깝다. 현지 언론에서 “중국 대표팀이 경기 후 라커룸에서 2시간 동안 회의를 했다”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에서는 “전술이 시대에 뒤떨어졌다”, “회의로 해결될 거면 중국 축구팀도 이미 월드컵에 갔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한국은 이번 승리로 예선 2승을 확보하며 B조 선두로 올라섰다. 다음 일정은 내년 2월 26일 대만, 3월 1일 일본과의 원정 3·4차전이다. 전력 공백 속에서도 완성도 높은 농구로 중국을 연파한 대표팀이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목표를 향해 또 한 걸음을 내디딜지 주목된다.
[스포츠&블록체인 전문 기자 Dragon Ch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