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토큰화(Tokenization)가 글로벌 금융 패러다임을 뒤흔들고 있다. 주식·채권·부동산 등 전통 자산을 블록체인에 올려 디지털 토큰으로 거래하는 방식이 빠르게 제도권으로 편입되며, 2030년까지 수십 조 달러 규모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유럽·싱가포르 등 주요국이 패권 경쟁에 뛰어든 가운데, 한국 역시 규제 완화와 제도 정비를 통해 뒤쳐지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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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후드·SEC, “토큰화는 멈출 수 없는 흐름”

싱가포르 ‘토큰2049’ 컨퍼런스에서 로빈후드 CEO 블래디미어 테네프는 “토큰화는 전 세계 금융을 집어삼킬 화물열차와 같다”며 모든 자산이 온체인화되고, 전통 금융과 암호화폐의 구분은 사라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로빈후드는 이미 유럽에서 미국 주식 200여 종의 토큰화 거래를 제공하고 있으며, 향후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에 접근하는 기본 방식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역시 ‘디지털 주식(Stock Token)’ 거래 허용을 적극 검토 중이다. 나스닥과 코인베이스, 크라켄 등이 규정 변경과 상품 승인을 신청했고, SEC 내부에서는 “토큰화는 막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 육성해야 할 혁신”이라는 발언이 나왔다. 전 세계 주식의 1%만 블록체인으로 이동해도 시장 규모가 1조 3천 억 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된다.
리플·아발란체·WLFI…실물자산 토큰화 가속

기업 차원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리플은 고객신원확인(KYC)·자금세탁방지(AML) 기능을 기본 탑재한 다목적 토큰(MPT) 표준을 발표, 기관 투자자용 RWA 토큰 발행을 지원한다. 국내 자산운용사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블록체인 플랫폼 아발란체와 손잡고 글로번 펀드 토큰화를 위한 프레임워크를 구축 중이다.
트럼프 일가가 연계된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LFI)은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USD1’ 확산과 더불어 석유·가스·목재 등 원자재 토큰화를 추진, 직불카드 출시로 암호화폐의 실생활 결제 영영까지 확장하려 한다. 이는 곧 스테이블코인 = 달러 패권 유지 도구라는 전략적 계산과도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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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글로벌 유동성 전쟁…한국 증시도 흔들
글로벌 증시는 이미 24시간 개장을 향해 가고 있다. 나스닥은 내년부터 주 5일 24시간 거래를 추진하고, 뉴욕증권거래소도 비슷한 방안을 준비 중이다. 한국거래소(KRX) 송기명 상무는 “주식·채권·ETF가 블록체인에 토큰화 될 경우, 유동성 유출이 직접적 위협으로 다가온다”며 거래시간 연장을 공식화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확대된 토큰화 자산 규모의 급증이 증시 24시간 개장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상장 주식의 토큰화 시가총액은 2023년 말 5억 달러 수준에 불과했지만, 2024년 말 293억 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2025년 3분기 말에는 7,253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국내 ATS(대체거래소) 성장세, 글로벌 투자자 유입 경쟁이 맞물리며 한국도 ‘쩐의 전쟁’ 한복판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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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규제 걸음마…”갈라파고스 빠져나와야”

문제는 한국의 제도화 속도다. 한국 거래소 컨퍼런스와 한경협 세미나에 모인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한국은 가상 자산 거래 규모 2위를 차지하는 큰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제도화는 걸음마 수준”이라 지적했다.
임병화 성균관대 교수는 “자산 토큰화·스테이블코인·온체인 금융이라는 3대 축으로 산업을 확장해야 한다”며 법인·외국인 참여 확대, 원화 스테이블코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 401K 연금제도까지 디지털 자산 육성에 활용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갈라파고스 규제에 갇히면 글로벌 경쟁에서 소외될 것”이라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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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육성과 투자자 보호 균형 필요
전문가들은 한국이 단순한 추격자를 넘어 글로벌 디지털 금융 선도국으로 도약할 기회가 있다고 본다. 핵심은 ‘투자자 보호와 산업 육성의 균형’이다. ▲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 개정▲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온체인 금융 인프라 구축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철 한경협 CRO는 “디지털자산 산업 생태계 육성, 혁신 금융상품 개발, 안전한 거래 환경 조성까지 아우르는 종합적 플랫폼 전략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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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스포츠 전문 프리랜서 기자 Dragon 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