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OCC, 은행의 암호화폐 중개 전면 허용…디지털 자산 제도권 편입 가속화

미국 통화감독청(OCC)이 연방 인가 은행의 디지털 자산 활동 범위를 대폭 확장하면서, 암호화폐 산업의 제도권 편입이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조나단 굴드 OCC 청장은 “디지털 자산 기업도 기존 은행과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며 기술적 특성을 이유로 한 차별은 더 이상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굴드 청장은 수탁·보관 서비스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전자적으로 이뤄져 왔다는 점을 언급하며, 은행 시스템이 ‘전신(telegraph)’ 시대에서 블록체인 시대로 자연스럽게 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OCC가 접수한 신규 은행 신청 14건 중 상당수가 디지털 자산 및 핀테크 기업으로, 이는 최근 4년간 누적 신청 건수와 비슷한 규모다.

이런 정책 변화의 핵심은 해석서 1188호에 담겨 있다. OCC는 은행이 암호화폐를 직접 보유하지 않고도 두 고객 간 상쇄 거래를 중개하는 ‘무위험 원칙(riskless principal)’ 모델을 사용할 수 있다고 명확히 규정했다. 은행이 한 고객으로부터 암호화폐를 매입함과 동시에 다른 고객에게 동일 자산을 되파는 방식으로, 시장 변동 위험을 최소화한 전통적 증권 중개 구조와 동일한 경제적 성격을 띈다.

OCC는 이 활동이 은행의 고유 업무 범주에 포함된다며, 규정 준수와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갖춘다면 별도 승인 없이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고객들은 규제가 느슨한 거래소 대신 은행 기반의 안전한 채널을 통해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있게 됐고, 금융권 내부에서도 디지털 자산 거래 흐름을 직접 흡수할 기반이 마련됐다.

올해 OCC가 발표한 다른 조치들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해석서 1186호는 은행이 블록체인 네트워크 수수료(가스비) 납부 및 시스템 테스트 목적에 한해 소량의 암호화폐를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는 그동안 토큰화·수탁·블록체인 기반 결제 등 이미 인정된 활동에도 불구하고 실제 운영 과정에서 발생했던 병목을 해소하는 역할을 했다.

연중 이어진 규제 정비는 은행이 직접 온체인 결제를 처리하고, 자체 플랫폼을 검증하며, 고객 중심의 암호화폐 서비스를 보다 안정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반면 전통 금융권 내부에서는 반발도 커지고 있다. OCC가 최근 발표한 예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대형 은행 9곳은 2020~2023년 사이 암호화폐 산업을 포함한 일부 업종에 금융 서비스를 자의적으로 제한한 것으로 조사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조사 명령에 따른 이 결과는 ‘탈은행화(debanking)’ 관행이 제도적 문제로 떠올랐음을 시사한다. 굴드 청장은 이러한 관행이 혁신 기업의 참여를 막고 금융 시스템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며 기존 은행권의 우려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 은행·규제 환경의 변화는 시장에도 즉각적인 반응을 가져왔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 가격은 반등세를 보였고, 기관 투자자들의 수요 확대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일부 자산운용사는 장외 시간대 비트코인 변동성을 추적하는 새로운 ETF 상품을 제출하는 등 규제 변화에 발맞춘 상품 개발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다만 ETF 자금 유출과 매크로 불확실성 등 시장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종합하면, OCC의 일련의 조치는 디지털 자산을 기존 금융 시스템 안으로 단계적으로 편입시키는 정책 방향성을 분명히 하고있다. 은행은 규제 범위 안에서 중개·수탁·결제·토큰화 등 다양한 암호화폐 관련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됐고, 고객은 더 안전한 금융 인프라를 통해 디지털 자산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은행과 암호화폐 기업에 동등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굴드 청장의 발언은 향후 미국 금융 시스템이 블록체인 기반 구조를 어느 속도로 흡수할 지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면책 조항
이 기사는 정보 제공의 목적으로만 해석되어야 합니다.
시장 상황은 급변할 수 있으므로, 위 기사를 근거로 한
투자 손실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블록체인·스포츠 전문 기자 Dragon Cho]